
나는 그냥 시간을 마음대로 쓰기로 했다.
코로나로 언제 자가격리기간이 끝날지 모르는 4월의 마지막 일요일이다. 어떤 계절인가 가늠이나 할 수 있도록 산책길에 찍은 개나리덤불을 붙여본다.
칩거기간이 길수록 우울해진다고 하던가?
'자유를 얻었는데 나가지 못해서 안됐어'하는 사람들의 안부전화를 받는다. 이제껏 갇혀 있었으니 나가고 싶지 않겠느냐고?
아니~~ Never!!
나는 내 자가용을 이사온 이후 한 번도 한 번도 스스로 운전해보지 않았다. 심지어 첫날 문이 덜 닫힌채로 옛지인과의 약속을 지키러 하는수없이 차를 타러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문이 열리지 않더라. 배터리가 나간거다. 새로 산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두 달동안 아무데도 차를 타고 나가지 않았다. 남편은 가끔 타고 나가라고 했다. 차를 위해서인지 나를 위해서인지~~모르겠지만. 그 이는 내가 직장을 그만두면 절대 운전을 하지 않을텐데 80세까지 운전자보험을 들었다고 가소로와하던 사람이다. 그 때는 설마 했는데 역시 오래 같이 산 룸메이트라 나보다 나를 잘 아는 면이 있다.
이유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이제 쇼핑센터나 시내중심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차할 곳을 찾아 빙글빙글 돌고 정해진 선안에 딱 맞춰 차를 넣어야 하는 그런 수고러움도 싫어졌다.
제시간에 대어 발을 동동거리며 조급하던 일상도 먼 꿈나라가 되었다. 얼마나 눈치 보고 헐레벌떡 뛰어가던 주차장 풍경이었나? 아침이면 산뜻한 옷차림에 우아한 구두소리를 내며 길건너 쇼원도우에 내 자태를 훔쳐보던 아가씨는 한 번도 없었던 과거속에 묻혀졌다.
땀방울에 젖은 앞머리 몇가닥이 차라리 앞머리 없음보다 못한~~ 부스스한 젖은 머리는 대개 영낙없는 아이 딸린 워킹맘이라고 보면 된다. 말리지도 못하고 다들 질끈 하나로 묶어다닌다. 얼굴형? 두상? 그런 걱정 1도 없다.
거울 볼 필요도 없다. 내 옆자리 동료의 헤어스타일이 바로 내 모습이니까. 아침부터 이 모양으로 퇴근길 모습으로 출근한지 수십년~~
이제 좀 시간이 생기나 했건만 거울속의 내얼굴은 시간 투자해도 별반 달라질것 없는 모양새다. 링클크림이니 마스크니 써봐야 거기서 거기다.
불특정다수의 누군가의 눈길을 의식할만큼 나를 포장할 의욕도 내려놓은 터라 편안하면서 개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만에 만난 동네사람은 얼굴이 좋아졌다 한다. 팔자주름이야 더 깊어졌겠지만 미간을 찌푸리던 일을 자주 안해서일거다.
그동안 내 머리보다는 아이 밥 챙기는게 더 급하고 교통체증속에 정시출근에 조바심내며 살아온 세월이라 나는 경직된 모든 것이 너무 싫었다. 재택근무해 본 사람은 절대로 모르는 불편한 공기속에 하루 대부분을 갇혀있던 사람의 해방감♡♡
시계추처럼 정확하게 일어나고 출근 전날 저녁외출은 몹시 부담스럽던 그 기계같은 일상을 용케 버텨온 내가 대견할 정도다. 그래서 뭐든 내 마음대로 살아보기로 했다. 그동안 틀에 맞추어 억지로 견뎌온 나 자신에 대한 보상을 나라도 해 주고 싶어졌다.
기껏 생각해서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들을 하나씩 둘씩 둘러대며 집밖을 못 나갈 이유를 대고 있다. 그만큼 나는 관계와 조직 그리고 틀에 지쳐 있었다.
나는 당분간 아무도 만나지 않을 거다.
지친 나에게 주는 시간의 사치
그게 지금 나에겐 가장 큰 선물이다.
얼마나 오랜 세월 나는 달려오기만 했나?
그저 착실하고 성실한 죄로??
이제는 나에게 휴식을 주고 싶다.